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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

신하의 도리

by Hoʻo 2024.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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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하의 도리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이롭게 하는 것을 순종이라 하고,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것을 아첨이라 하고,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이롭게 하는 것을 충성이라 하고,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것을 찬탈이라 한다. 임금의 영예나 욕됨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라가 잘되고 못 되는 것도 거들떠보지 않으며, 간사하게 영합하여 구차하게 받아들여져, 봉록을 지탱하고 교제 범위를 넓힐 따름인 것, 이런 자를 국적이라 한다.
 임금에게 그릇된 계획과 그릇된 일이 있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왕권이 무너질까 두렵게 된다. 이때 대신이나 임금의 부형 중에 임금에게 진언하여, 그 말이 받아들여지면 괜찮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간신이라 한다. 임금에게 진언하여 그 말이 받아들여지면 괜찮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죽음을 무릅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쟁신이라 한다.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 여러 신하들과 많은 관리들을 거느리고, 함께 임금에게 강요하여 임금을 굴복시키고, 임금이 비록 불안해하더라도 그의 말을 따르게 하여 마침내 나라의 큰 환난을 해결하고 나라의 큰 피해를 제거하여, 임금을 존중하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보신이라 한다. 임금의 명령에 항거하고 임금의 권력을 절취하여 임금이 하는 일에 반대함으로써 나라의 위태로움을 안정시키고 임금의 치욕을 제거하여, 거의 공로가 나라의 큰 이익을 이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불신이라 한다.
 그러므로 간신, 쟁신, 보신, 불신 같은 사람들은 나라의 신하이며 임금의 보배이다. 명철한 임금에게는 존중하고 귀중히 여기는 대상이지만, 어리석은 임금이나 미혹된 임금들은 자기의 적이라 여기게 된다. 그러므로 명철한 임금이 상을 주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임금은 벌을 주게 된다. 어리석은 임금이 상을 주는 사람들을 명철한 임금은 죽여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신하가 등용되면 조정은 사악해지지 않고, 간신, 쟁신, 보신, 불신 같은 사람들이 신임받게 되면 임금의 잘못이 커질 수가 없으며 용기 있는 무사들이 쓰이면 원수가 생겨나지 않고, 국경을 잘 지키는 신하들이 있으면 변경의 땅을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철한 임금은 신하들과 함께 일하기를 좋아하고, 어리석은 임금은 나랏일을 홀로 하기를 좋아한다. 명철한 임금은 현명한 사람을 숭상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써서 그들이 이룩하는 공로를 누리고, 어리석은 임금은 현명한 사람을 질투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여 그들의 공로를 이룩하지 못하게 하며, 충성스러운 사람들에게는 벌을 주고, 도둑 같은 자들에게는 상을 준다. 이런 것을 두고 지극한 어리석음이라 하는데, 걸왕과 주왕이 멸망했던 이유이다.
 공경하면서도 겸손하고, 임금의 뜻을 잘 따르되 민첩하게 움직이며, 감히 사사로운 뜻으로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하는 일이 없고, 감히 사사로이 물건을 받거나 주는 일이 없으며, 임금의 뜻을 따르는 일에 뜻을 두는 것, 이것이 성군을 섬기는 의리이다.
 충성스럽고 신의가 있으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간쟁을 하면서도 눈치를 보지 않으며, 꿋꿋이 강직하게 결단을 내리며 바른 뜻을 지녀 비뚤어진 마음을 갖지 않고,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것, 이것이 중군을 섬기는 의리이다.
 조화를 이루면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굽히지는 않으며, 너그러이 받아들이되 어지러워지지는 않고, 분명하게 지극한 도를 내세우지만 임금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경우가 없으며, 그렇게 하여 임금을 감화시켜 변하게 하고, 때때로 그것을 임금의 마음속에 넣어 주는 것, 이것이 폭군을 섬기는 의리이다.
 조련하지 않은 말을 모는 듯, 어린아이를 기르는 듯, 굶주린 사람에게 음식을 먹여 주는 듯이 해야 한다. 그러므로 폭군이 두려워하는 것을 근거로 그의 잘못을 고쳐 주고, 폭군이 걱정하는 것을 근거로 그의 옛 버릇을 변화하도록 해주며, 폭군이 기뻐하는 것을 근거로 그를 이끌어 주고, 폭군의 노여움을 근거로 그의 원망하는 자들을 제거함으로써, 빈틈없이 생각하는 대로 폭군을 다루어야 한다.

2. 감상
 신하란 참 어려운 것이다. 왕은 자기 몸과 마음만 잘 다스리면 되지만 신하는 본인의 몸과 마음은 물론, 왕의 몸과 마음까지 돌봐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신하는 도를 따라야지 임금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하니 임금과 그렇게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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