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바른 정치 제도
말이 수레를 끌다가 놀라면 군자는 수레에서 안정될 수 없고, 서민이 정치에 놀라면 군자는 그의 자리에 안정되지 못한다. 말이 수레를 끌다 놀라면 그것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좋고, 서민들이 정치에 놀라면 그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 가장 좋다.
어질고 훌륭한 사람을 골라 쓰고 착실하고 공경스러운 사람을 등용하여 효도와 우애를 일으키고 고아나 과부 같은 사람들을 거두어 주고 가난한 사람들을 원조해 준다. 이렇게 하면 서민들이 정치에 안심할 것이다. 서민들이 정치에 안심한 뒤에야 군자는 그의 자리에 안정될 수 있는 것이다. 전하는 말에 “임금은 배요, 서민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 하였는데,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안정되려 한다면 정치를 공평히 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좋고, 번영을 바란다면 예를 존중하고 선비들을 공경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공명을 세우기를 바란다면 어진 이를 높이고 능력 있는 이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이것이 임금 된 사람의 큰 원칙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이 합당하면 그 밖의 것은 합당하게 되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세 가지 원칙이 합당하지 못하면 그 나머지 것이 비록 부분적으로 합당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을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큰 원칙이 바르고 작은 원칙도 바르면 훌륭한 임금이다. 큰 원칙이 바르나 작은 원칙들이 한 가지는 옳고 한 가지는 그르다면 보통 임금이다. 큰 원칙이 옳지 않다면 작은 원칙들이 비록 옳다 하더라도 나는 그 밖의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
강한 힘을 쓰는 자는, 남이 성을 지키며 나와서 싸우는데 내가 힘으로 이들을 이겨내는 것이니, 남의 백성들을 많이 다치게 할 것이 틀림없다. 남의 백성들을 많이 다치게 하면 남의 백성들은 나를 반드시 매우 미워할 것이다. 남의 백성들이 나를 매우 미워한다면 언제든지 나와 싸우려고 들 것이다.
남이 성을 지키며 나와서 싸우는데 내가 힘으로 그들을 이기려면 나의 백성들도 많이 다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나의 백성들이 많이 다치면 나의 백성들은 나를 반드시 매우 미워할 것이다. 나의 백성들이 나를 매우 미워한다면 언제든지 나를 위하여 싸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남의 백성들은 언제든지 나와 싸우려 드는데 나의 백성들은 언제든지 나를 위하여 싸우려 들지 않으니, 이것이 강한 자가 도리어 약해지는 이유이다. 땅은 늘었지만 백성들은 떠나가고 피해는 많지만 이루어 놓은 공은 적으며 비록 지켜야만 할 곳은 늘었지만 지킬 사람들은 줄어들었으니, 이것이 큰 나라가 도리어 땅이 줄어드는 이유이다.
제후들은 모두가 서로 연맹을 맺으려 하면서 그의 적을 원망하며 잊지 않고 강대한 나라의 틈을 엿보고 약점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강대한 나라가 위태로운 시기이다.
강대함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강해지기에 힘쓰지 않는다. 그는 임금의 명을 생각하며, 그의 힘을 온전히 하고 그의 덕을 쌓는다. 힘이 온전하면 제후들은 그를 약화시킬 수가 없고 덕이 쌓이면 제후들은 그의 땅을 빼앗지 못한다. 세상에 왕자와 패자가 없을 때는 언제나 승리를 거둘 것이다. 이것이 강한 자의 도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일을 종합하여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한 가지 원칙으로 만 가지 일을 처리하며, 시작하면 끝이 나고 끝이 나면 시작하여 옥고리에 끝이 없는 것과 같이 해야만 한다. 이 방법을 버리면 천하는 쇠미해질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삶의 시작이고, 예의는 다스림의 시작이며, 군자는 예의의 시작이다. 예의를 만들고 그것을 통용케 하고 그것이 무겁게 쌓이도록 하여, 그것을 애호하는 것은 군자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군자를 낳았고 군자는 하늘과 땅을 다스리니, 군자란 하늘과 땅의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며 만물을 아울러 거느리는 것이며 백성들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군자가 없다면 하늘과 땅은 다스려지지 않고, 예의는 법통이 없게 되며, 위로는 임금과 스승이 없고 아래로는 아버지와 아들이 없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지극한 혼란이라 한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 남편과 아내가 시작되어서는 끝나고 끝나면 시작되며, 하늘과 땅이 같이 다스려지고 영원토록 똑같이 오래간다면, 이런 것을 두고 위대한 근본이라 한다.
그러므로 장사 지내는 의식과 제사 지내는 의식, 조정에서 천자와 신하가 모이는 의식과 제후들이 서로 문안하는 의식, 근대의 의식은 근본이 하나이다. 귀하고 천하게 하는 것, 죽이고 살리는 것,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하는 것도 한 가지 원리이다. 임금은 임금 노릇을 하고, 신하는 신하 노릇을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 노릇을 하고, 자식은 자식 노릇을 하고, 형은 형 노릇을 하고, 아우는 아우 노릇을 하는 것도 한 가지 원리이다. 농군은 농사를 짓고, 선비는 벼슬살이를 하고, 공인은 물건을 만들고, 상인은 장사를 하는 것도 한 가지 원리에 의한 것이다.
물과 불은 기운은 있으나 생명이 없고, 풀과 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지각이 없고, 새와 짐승은 지각은 있으나 의로움이 없다. 사람은 기운도 있고 생명도 있고 지각도 있고 의로움도 있다. 그래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다.
힘은 소만 못하고 달리기는 말만 못 한데, 소와 말은 어째서 사람에게 부림을 받는가? 그것은 사람들은 여럿이 힘을 합쳐서 모여 살 수 있으나, 소나 말은 여럿이 힘을 합쳐서 모여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떻게 여럿이 힘을 합쳐서 모여 살 수 있는가? 그것은 분별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분별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그것은 의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로움으로써 사람들을 분별 지으면 화합하고, 화합하면 하나로 뭉치고, 하나로 뭉치면 힘이 많아지고, 힘이 많으면 강해지고, 강하면 만물을 이겨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집을 짓고 살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철의 질서를 따라 만물을 성장하게 하여 온 천하를 함께 이롭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분별과 의로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 감상
임금이 배이고 서민은 물이라는 비유가 마음에 남았다. 현대도 고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전쟁은 나의 나라와 남의 나라 모두를 지치고 힘들게 할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이들이 평화를 찾기를 바란다.
'순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도와 패도 (0) | 2024.10.20 |
---|---|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 (1) | 2024.10.19 |
유학의 효험 (2) | 2024.10.19 |
공자의 가르침 (0) | 2024.10.19 |
12명의 학자를 비판함 (0) | 202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