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명의 학자를 비판함
지금 세상에는 사악한 학설을 꾸미고 간사한 말을 꾸며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지나친 거짓말과 매우 간사한 행동으로 온 세상을 혼란하게 만들어, 옳고 그름과 다스려지고 혼란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모르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감정과 성질을 따라 방종하고 방자하게 뽐내며 짐승처럼 행동하니, 예에 합치되어 다스림에 통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고 그의 말은 조리가 있어, 어리석은 대중을 속여 미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타효와 위모이다.
감정과 성질을 억누르고 매우 멀리 세상으로부터 초연하며 구차히 사람들과 나뉘어 특이한 것을 고상하다고 하니, 대중과 합치되어 큰 분별을 밝힐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고 그의 말은 조리가 있어, 어리석은 대중을 속여 미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들이 진중과 사추이다.
온 세상을 통일하고 국가를 건립할 기준을 알지 못하고, 공리와 실용을 숭상하며 검약을 중히 여기면서, 등급의 차별을 업신여겨 전혀 신분의 차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임금과 신하의 격차도 둘 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고 그의 말은 조리가 있어, 어리석은 대중을 속여 미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이 묵적과 송형이다.
법을 숭상한다지만 사실은 법도를 무시하고, 수양을 가벼이 여기면서도 일을 일으키기 좋아하며, 위로는 임금에게 순종하려 하면서 아래로는 세속에 따르기를 바란다. 하루 종일 하는 말이 글로 쓴 법전을 이룩하지만, 뒤집어 놓고 살펴보면 곧 아득히 논지가 없으니, 그것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법도를 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고 그의 말은 조리가 있어, 어리석은 대중을 속여 미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이 신도와 전변이다.
옛 임금들을 법도로 삼지 않고 예의를 옳지 않다고 하며 괴상한 학설을 익히고 이상한 말장난을 좋아해, 매우 잘 살피지만 소용이 없고 말을 잘하지만 쓸데가 없으며 일은 여러 가지 하지만 성과가 적으니, 정치를 하는 기강으로 삼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고 그의 말은 조리가 있어, 어리석은 대중을 속여 미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이 혜시와 등석이다.
대략 옛 임금들을 법도로 삼기는 하지만 그 정통을 알지 못하며, 점잖은 체하지만 성질은 격하고 뜻은 크며 듣고 보는 것이 잡되고도 넓다. 옛날 일을 참고해 자기의 학설을 만들고 그것을 오행이라 부르고 있다. 매우 편벽되고 어긋나 규범이 없으며, 그윽이 숨겨져 있어 설명되지 않으며, 닫히고 맺혀 있어 해설할 수 없다. 그래도 그의 말을 꾸며 가지고 공경하면서 말하기를 이것이야말로 참된 군자의 말이라고 한다. 자사가 이것을 주창했고 맹자가 이에 따랐다. 세상의 어리석고 미련한 선비들은 왁자지껄하고 있으나 그것의 그릇된 바를 알지 못하고 있다. 마침내는 그것을 배워 받아 전하면서, 공자와 자유가 이들 때문에 후세에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자사와 맹자의 죄이다.
이에 방법과 책략을 어우르고 말과 행동을 같게 하며 여러 가지 규범을 통일하고, 온 천하의 영웅호걸들을 모아 아주 옛날 일을 얘기해 주며 지극히 순리한 것을 가르친다면, 방 안 구석에서나 대자리 위에서라도 가득히 성왕들의 글이 갖추어지고 평화로운 세상의 풍속이 일어날 것이니, 앞의 여러 가지 학설을 주창하는 자들이 끼어들지 못할 것이며, 그 열두 사람이 가까이하지 못할 것이다.
송곳 끝을 꽂을 만큼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왕공들이 그와 이름을 다투지 못하며, 일개 대부의 벼슬에 있다 해도 임금으로서는 홀로 그를 잡아두지 못하며 나라로서는 홀로 그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름을 이룩하면 제후들 사이에 퍼져서 모두가 그를 신하로 삼기를 바란다. 이것이 권세를 얻지 못한 성인으로 공자와 자궁이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천하를 통일하고 만물을 풍성하게 하며 백성들을 잘 길러 천하를 모두 이롭게 함으로써, 길이 통하는 곳의 모든 사람들이 복종해 오면, 앞의 여섯 가지 학설을 주장하는 자들이 바로 없어질 것이며, 그 열두 사람들이 감화를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권세를 얻었던 성인으로 순임금과 우임금이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지금 어진 사람이라면 무엇에 힘써야만 하는가? 위로는 순임금과 우임금의 제도를 본받고 아래로는 공자와 자궁의 뜻을 본받아. 열두 사람의 학설을 없애도록 힘써야만 한다. 그렇게 하면 천하의 폐해가 없어지고 어진 사람으로서의 일이 완성되며, 성왕들의 발자취가 현저히 드러날 것이다.
선비와 군자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군자는 귀해질 수 있는 올바른 도를 지키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반드시 귀하게 여기도록 하지는 못한다. 믿을 수 있는 신의를 지키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반드시 믿도록 하지는 못한다. 등용될 만한 능력을 기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반드시 등용하도록 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신을 수양하지 못한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만, 남들이 더럽게 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는다. 신의가 없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만, 남들이 믿어 주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는다. 능력이 없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만, 등용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명예에 유혹당하지 않고 남의 비방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도를 따라 행동하며 단정히 자기를 올바르게 유지하기만 하지, 외물에 의해 기울어지는 일이 없다. 이런 사람을 두고 진실한 군자라 하는 것이다.
2. 감상
이렇게 이름을 밝혀 저격하다니 힙합이 따로 없다. 맹자도 비난하다니 충격적이다. 묵자는 순자에게도 비난을 받는구나. 나는 묵자의 사상을 좋아하는데 순자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나보다. 순자의 비난은 참 신랄하다. 그만큼 스스로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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