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차한 짓을 하지 말라
군자는 행동을 구차히 행하기 어려운 것만을 귀중히 여기지 않고, 이론을 구차히 잘 살펴 아는 것만을 귀중히 여기지 않으며, 이름은 구차히 세상에 전해지는 것만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다. 오직 합당한 것만을 귀중히 여긴다.
그러므로 돌을 끌어안고 강물에 뛰어드는 것은 행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신도적이 그렇게 하였지만 군자들이 귀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예의에 합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과 연못은 다 같이 평평하고, 하늘과 땅은 다 비슷하며, 제나라와 진나라는 같은 곳에 있고, 귀로 들어가서는 입으로 나오며, 낚싯바늘에 수염이 달렸고, 계란에도 털이 있다는 것은 논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이론이다. 혜시와 등석이 그렇게 하였지만 군자들이 귀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예의에 합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척은 해와 달 같은 명성을 탐해, 우임금, 순임금과 같이 끊임없이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군자들이 귀중히 여기지 않고 있는 것은 예의에 합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행동은 구차히 행하기 어려운 것만을 귀중히 여기지 않고, 이론은 구차히 잘 살펴 아는 것만을 귀중히 여기지 않으며, 이름은 구차히 세상에 전해지는 것만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다. 오직 합당한 것만을 귀중히 여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시경]에 “사물이 있으되, 오직 합당해야만 하네. “라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군자는 능력이 있어도 좋고, 능력이 없어도 좋다. 소인은 능력이 있어도 추하고, 능력이 없어도 추하다. 군자는 능력이 있으면 너그럽고 곧음으로써 사람들을 계발하고 인도하며, 능력이 없으면 공경스럽게 움츠리고서 두려워하며 사람들을 섬긴다. 소인은 능력이 있으면 멋대로 오만하고 그릇된 일을 하면서 남에게 교만하게 행동하며, 능력이 없으면 질투하고 원망하고 비방하며 사람들을 쓰러뜨리려 한다.
그러므로 “군자에게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배우는 것을 기뻐하고, 능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에게 일러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소인이 능력이 있으면 그에게 배우는 것을 천하게 여기고, 능력이 없으면 그에게 알려주는 것을 부끄러이 여긴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군자와 소인의 차이다.
군자는 사람들의 덕을 숭상하고 사람들의 훌륭함을 드러내지만 아첨하는 것은 아니다. 바르고 곧게 일러주고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지만 비방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빛나고 훌륭한 점이 우임금, 순임금에 비길 만하고 하늘과 땅의 원리에 합치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때를 따라 굽히고 뻗고 하며 부드럽게 따르는 것이 창포나 갈댓잎 같지만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굳고 강하고 사납고 억세며 뜻대로 하지 않는 일이 없지만 교만하고 포악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의로움으로 변화하고 호응하며 일의 옳고 그름에 잘 대처할 줄 알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시경]에 이렇게 읊고 있다. “왼쪽이면 왼쪽으로 군자는 알맞게 행동하고, 오른쪽이면 오른쪽으로 군자는 올바름을 지키네.” 이것은 군자가 의로움을 근거로 굽히고 뻗고 하며 변화하고 호응하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을 뜻한다.
군자는 소인과 반대되는 인물이다. 군자는 마음이 크면 하늘을 따르고 도를 지키며, 마음이 작으면 의로움을 두려워하고 절조를 지킨다. 지혜가 있으면 밝게 이치에 통달해 모든 사물을 잘 처리할 줄 알고, 어리석으면 바르고 성실하게 법을 지킨다. 벼슬자리에 등용되면 공손하고 예를 따르며, 벼슬자리에 등용되지 못하면 공경히 예에 맞게 처신한다. 기쁠 때는 온화하고 조리가 있으며, 걱정할 때는 고요하면서도 조리가 있다. 뜻대로 잘될 때는 문아 하고도 밝으며, 곤궁할 때는 검약하면서 올바른 도리를 조심해서 따른다.
소인은 그렇지 않다. 마음이 크면 오만하고도 포악하고, 마음이 작으면 부정하고도 비뚤어지게 행동한다. 지혜가 있으면 남의 것을 빼앗고 도둑질하며 사기를 치고, 어리석으면 남을 해치고 문란한 행동을 한다. 벼슬자리에 등용되면 각박하고도 오만하며, 벼슬자리에 등용되지 못하면 남을 원망하고 음험한 짓을 한다. 기쁠 때는 경박하게 날뛰고, 걱정할 때는 좌절하고 두려워한다. 뜻대로 잘될 때는 교만하고도 편벽되고, 곤궁할 때는 자포자기해 못난 짓을 한다.
전하는 말에 “군자는 어떤 경우에나 발전하지만, 소인은 어떤 경우에나 나쁜 결과를 낳는다. “고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군자는 다스림을 다스리지 어지러움을 다스리지 않는다.”라고 하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예의에 들어맞는 것을 다스림이라 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을 어지러움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란 예의를 따라 다스리는 사람이지, 예의에 어긋나게 다스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다스리지 않는가? 나라가 어지러운 것을 다스린다는 것은, 어지러움을 따라서 그것을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라 어지러움을 제거하고 다스림을 거기에 편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더러운 곳이 있어 수신을 한다는 것은, 더러운 곳을 따라서 그것을 닦는다는 뜻이 아니라, 더러움을 제거하고 닦음을 거기에 바꾸어 놓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어지러움을 제거하는 것이지 다스리는 것이 아니며, 더러움을 제거하는 것이지 닦는 것이 아니다. 다스림이라는 말은 “군자는 다스림을 위해 힘쓰지만 어지러움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며, 수신을 위해 힘쓰지만 더러움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에 잘 드러나고 있다.
2. 감상
군자는 능력이 없어도 좋고 소인은 능력이 있어도 추하다. 군자는 마음에 중심이 잘 서 있는 사람이다. 외부 환경이 어떠하더라도 마음이 정한 길을 잃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능력이 없더라도 스스로를 믿고 본인이 결정한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어렵다. 현재의 나는 외부에 많이 휘둘리고 있다. 나에 대한 믿음을 쌓는 일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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