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순자

학문을 권함

by Hoʻo 2024. 10. 18.
반응형

1. 학문을 권함

 군자들은 “학문은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푸른 물감은 쪽풀에서 얻지만 쪽풀보다 더 파랗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 나무가 곧아서 먹줄에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굽혀 수레바퀴를 만들면 굽은 자에 들어맞게 되고, 비록 바싹 마른다 하더라도 다시 펴지지 않는 것은 굽혔기 때문이다.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군자도 널리 배우며 매일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살피면 앎이 밝아지고 행동에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하늘이 높은 것을 알지 못하고, 깊은 계곡 가까이 가보지 않으면 땅이 두터운 것을 알지 못하며, 옛 임금들이 남긴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학문의 위대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오 나라나 월 나라나 오랑캐의 자식들도 태어났을 때는 같은 소리를 내지만 자랄수록 풍습이 달라지는 것은 가르침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경]에 이렇게 읊고 있다.
 “아아, 그대들 군자여! 언제나 편히 쉬려고만 하지 말라. 그대 직위를 삼가 잘 다스리고 바르고 곧은 이들을 좋아하라. 신명께서 들으시면 그대에게 큰 복 내리시리라. “
 올바른 길로 교화시키는 일보다 더 크게 여기는 신명은 없으며,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
 나는 일찍이 하루 종일 생각만 해 본 일이 있었으나 잠깐 동안 공부한 것만 못하였다. 나는 일찍이 발돋움하고 바라본 일이 있었으나 높은 곳에 올라가 널리 바라보는 것만 못하였다. 높이 올라가 손짓을 하면 팔이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도 보이며, 바람을 따라 소리치면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들리며, 수레와 말을 타면 발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천 리 길을 갈 수 있으며, 배와 노를 이용하면 물에 익숙지 않더라도 강을 건너갈 수 있다. 군자는 나면서부터 남과 달랐던 것이 아니라 사물을 잘 이용할 줄 아는 것이다.
 남방에 새가 있는데 이름을 몽구라 한다. 자기 깃으로 둥지를 만들고 머리털로 그것을 이어 갈대 이삭에다 매달아 놓는다. 바람이 불어와 이삭이 꺾이면 그 속의 알이 깨지고 새끼들은 죽게 된다. 둥지가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곳에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서쪽에 나무가 있는데 이름을 야간이라 한다. 줄기의 길이는 네 치지만 높은 산 위에 자라고 있어서 백 길이나 되는 심연을 바라보고 있다. 나무의 줄기가 길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산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쑥대가 삼대 밭 속에서 자라면 부축해 주지 않아도 곧으며, 흰모래를 개흙 속에 넣으면 모두 함께 검어진다.
 난괴의 뿌리는 바로 향료가 되는데, 그것을 구정물에 적셔두면 군자도 가까이 않으려니와 보통 사람들도 그것을 몸에 지니지 않는다. 그 바탕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적셔 두는 데 따라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고을을 가려 살고 반드시 선비들과 어울려 노는데, 이것은 약해지고 비뚤어지는 것을 막아 올바름으로 가까이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사물이 생겨나는 데에는 반드시 시작이 있으며, 영예나 욕됨이 오는 것은 반드시 그의 덕으로 말미암는 것이다. 고기가 썩으면 벌레가 생겨나고 생선이 마르면 좀이 이는 것처럼, 태만하여 자신을 잊는다면 재앙이 닥칠 것이다. 강한 것은 스스로 떠받치고 서지만, 유약한 것은 스스로 묶이게 된다. 
 악함과 더러움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원한이 맺히어지는 까닭이 된다. 땔나무를 고르게. 펼쳐 놓고 불을 붙이면 다 타버릴 것이고, 땅을 평평히 해놓고 물을 부으면 모든 곳을 적실 것이다. 풀과 나무는 무리를 이루어 자라나고 새와 짐승은 떼를 지어 사는데, 모든 물건은 제각기 그의 종류를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녁을 펼쳐 놓으면 화살이 날아오게 마련이고, 나무숲이 무성하면 도끼가 쓰이게 마련이고, 나무가 그늘을 이루면 새 떼들이 와서 쉬게 마련이고, 식초가 시어지면 초파리가 모여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말은 화를 부를 수 있고 행동은 욕됨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군자는 그의 처지에 대해 신중한 것이다.
 흙이 쌓여 산이 이룩되면 바람과 비가 일게 된다. 물이 모여 못이 이룩되면 교룡과 용이 생겨난다. 선함이 쌓여 덕이 이룩되면 자연히 귀신같은 총명함을 얻게 되고 성스러운 마음이 갖추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반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 리 길을 갈 수 없고, 작은 흐름이 쌓이지 않으면 강과 바다가 이룩될 수 없는 것이다. 천리마도 한번 뛰어 열 걸음을 갈 수 없고, 둔한 말도 열 배의 시간과 힘을 들여 수레를 끌면 천리마를 따를 수 있다. 공이 이룩되는 것은 중단하지 않는 데 달려 있다. 칼로 자르다 중단하면 썩은 나무라도 자를 수 없으며, 중단하지 않으면 쇠나 돌이라도 자를 수 있다.
 지렁이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과 힘센 근육이나 뼈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위로는 티끌과 흙을 먹고 아래로는 땅속의 물을 마시는데, 그것은 한결같이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게는 여덟 개의 발에다 두 개의 집게를 지니고 있지만 장어의 굴이 아니면 의탁할 만한 곳이 없는 것은 산만하게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굳은 뜻이 없는 사람은 밝은 깨우침이 없을 것이며, 묵묵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뛰어난 업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네거리에서 헤매는 자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두 임금을 섬기는 자는 아무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두 눈은 각기 두 가지를 보지 않기 때문에 밝게 보이고, 두 귀는 각기 두 가지를 듣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듣게 되는 것이다. 등사는 발이 없어도 날기조차 하나, 석서는 다섯 가지 재주가 있어도 곤경에 빠진다.
[시경]에 이렇게 읊고 있다. “뻐꾹새가 뽕나무에 있는데 그 새끼 일곱 마리일세. 훌륭한 군자께서는 그 태도가 한결같네, 그 태도가 한결같고 마음은 묶어 놓은 듯 단단하네. “
 그러므로 군자는 한결같이 단단해야만 하는 것이다.

 

 2. 감상

 순자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본성이 어떠하든 학문을 공부하며 바뀔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군자가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고 성실한 배움이 있다면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특히 ‘매일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살피면…‘과 ‘태만하여 자신을 잊는다면…’에 대한 부분은 다른 문장보다 더 눈에 띄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것. 현재의 나에게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반응형

'순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명의 학자를 비판함  (0) 2024.10.18
관상은 정확하지 않다.  (2) 2024.10.18
영예와 치욕  (2) 2024.10.18
구차한 짓을 하지 말라  (1) 2024.10.18
자기 몸 닦는 법  (2)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