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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

유학의 효험

by Hoʻo 202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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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학의 효험

 위대한 선비의 공효란 이런 것이다. 주나라 무왕이 죽고 아들 성왕이 어리자 무왕의 아우 주공이 성왕을 뒤로 물리고 무왕을 계승해 천하를 물려받았던 것은, 천하 사람들이 주나라를 배반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천자의 자리에 올라 천하의 정치를 처리하자 평화롭기가 그 본래부터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던 듯해,  천하 사람들은 그가 탐욕스럽다고 말하지 않았다. 형인 관숙을 죽이고 은나라를 멸망시켰지만 천하 사람들은 그가 포악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온 천하를 통치하며 71개 나라를 세웠는데, 그 중 주나라 왕실과 같은 희성의 나라가 53개였지만, 천하 사람들은 편벽되다고 말하지 않았다. 
 성왕을 가르쳐 깨우치고 올바르게 이끌어 도에 대해 알게 함으로써 문왕과 무왕의 발자취를 이을 수 있게 하였다. 주공은 주나라와 천자 자리를 성왕에게 되돌려 주어 천하 사람들이 계속해 주나라를 섬기도록 하였다. 그리고도 주공은 신하로서 조정을 섬겼다. 
 천자라는 자리는 어린 나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자리이고, 그 직무를 임시로 맡아 처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잘 다스리면 온 천하가 그를 따르지만, 잘 다스리지 못하면 온 천하가 그를 떠난다. 그러므로 주공이 성왕을 뒤로 물리고 무왕을 계승해 천하를 물려받았던 것은, 천하 사람들이 주나라를 배반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성왕이 관을 쓰는 성인이 되자 주공은 주나라의 천하를 되돌려 주고 천자 자리도 되돌려 줌으로써 임금을 멸망케 하지 않는다는 의리를 밝혔다. 주공은 천하를 차지하지 않게 되었는데, 전에는 천하를 차지하고 있다가 뒤에는 천하를 차지하지 않게 된 것은 천자 자리를 넘겨준 것이 아니다. 성왕이 전에는 천하를 차지하지 않고 있다가 뒤에는 천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천자 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형세의 변화와 질서의 변환에 의해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뭇가지 같은 방계 사람이 본가의 주인을 대신했던 것이지 지나친 일은 아니었다. 아우이면서도 형을 처형하였지만 포악한 일은 아니었다. 임금과 신하의 자리가 바뀌었지만 순리를 거스른 것은 아니었다. 온 천하의 평화를 바탕으로 문왕과 무왕의 왕업을 완수하고, 방계와 본가의 의리를 밝혔다. 말할 것도 없이 큰 변화였으나 천하 사람들은 순순히 모두가 한결같이 따랐다. 성인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두고 위대한 선비의 공효라 한다.
 옛 임금들의 도란 어짊의 융성하여 이룩된 것으로, 올바름을 따라 행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올바름이라 하는가? 예의가 바로 그것이다. 도란 하늘의 도도 아니요, 땅의 도도 아니며, 사람들의 근본이 되는 도이며, 군자가 지켜야 할 도이다.
 군자가 이른바 현명하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군자가 이른바 지혜롭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을 다 알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군자가 이른바 말을 잘한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을 다 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군자가 이른바 잘 살펴 안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살펴 알 수 있는 것을 다 잘 살펴 안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은 근거로 삼는 예의가 있다는 것이다.
 땅의 높고 낮음을 둘러보고 땅이 거칠고 기름진 것을 알아보며 오곡의 땅의 성질을 따라 심는 데는, 군자는 농사꾼만 못하다. 재물을 유통시키고 물건이 좋고 나쁜 것을 알아보며 비싼 것과 값싼 것을 분별하는 데는, 군자는 장사꾼만 못하다. 그림쇠와 굽은 자를 써서 둥근 것과 모난 것을 가늠하고 먹줄을 써서 똑바르게 모양을 가늠하며 여러 가지를 만들어 쓰기에 편리하게 하는 일에는, 군자는 공인만 못 하다. 옳고 그른 것과 그렇고 그렇지 않은 실정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을 밟아 누르고 상대방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에는, 군자는 궤변가인 혜시나 등석만 못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덕을 따져서 지위의 차례를 정하고, 능력을 헤아려 벼슬을 주며, 현명한 사람과 못난 사람이 모두 그에게 맞는 지위를 얻게 하고, 능력 있는 사람과 무능한 사람이 모두 그에게 맞는 벼슬을 받게 하며, 만물이 모두 그 합당한 위치를 얻게 하고, 사물의 변화가 모두 적절한 대응을 받게 하며, 신도와 묵적 같은 자들이 그들의 이론을 내놓을 수 없게 하고, 혜시와 등석 같은 자들의 궤변이 받아들여질 곳이 없게 하며, 말은 반드시 이치에 합당하게 하고, 일은 반드시 맡은 임무에 합당하게 한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군자가 잘하는 일이다.
 모든 일을 행할 때는, 사리에 따라 유익한 것은 세워 주고, 사리에 따라 아무런 이익도 되지 못하는 것은 내친다. 이러한 것을 일에 들어맞게 하는 것이라 한다.
 모든 지혜와 이론은 사리에 따라 유익한 것은 행해지게 하고, 사리에 따라 아무런 이익도 되지 못하는 것은 버린다. 이러한 것을 이론에 들어맞게 하는 것이라 한다.
 일을 행함에 있어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을 간악한 일이라 한다. 지혜와 이론이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을 간악한 도라 한다. 간악한 일과 간악한 도는 잘 다스려지는 세상에서는 버려지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충실한 것과 공허한 것을 서로 엇바꿔놓고 주장하거나, 굳은 돌을 돌이 아니고 흰말은 말이 아니라거나 대동은 소동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일들이다. 그러한 것들은 밝은 귀로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고, 밝은 눈으로도 볼 수가 없는 것이며, 말 잘하는 사람도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이다. 비록 성인의 지혜를 지녔다 하더라도 바로 잘못을 가르쳐 줄 수가 없다.
 그런 것은 알지 못한다 해도 군자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해도 소인으로서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런 것은 공인이 알지 못한다고 해도 기술을 발휘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도 없으며, 군자가 알지 못한다고 해도 다스림을 펴는 데에 아무런 지장도 없다.

 

2. 감상

 학문을 쌓아서 열심히 노력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본인이 정한 길을 계속 정진하다 보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본인이 걸어온 길은 헛되지 않았으며 후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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