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순자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

by Hoʻo 2024. 10. 19.
반응형

1.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

 여러 공인들이 만든 물건은 본래 한 사람을 부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기능이란 한 사람이 모든 기능을 지닐 수가 없는 것이고, 한 사람이 모든 관직을 겸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살지만 서로 돕지 않으면 곤궁해지고, 여러 사람들이 무리 지어 살지만 분계가 없다면 서로 다툴 것이다. 곤궁해지는 것은 환난이 되며, 다투는 것은 화근이 된다. 환난을 면하고 화근을 없애려면 분계를 분명히 하고서 무리 지어 살도록 해야 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협박하고,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위협하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뜻을 어기고, 나이 적은 이가 어른을 업신여기며, 덕으로써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에는 노인과 약한 사람들은 살아가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하며, 튼튼한 사람들은 분계를 지키지 않고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을 싫어하고 공리만을 좋아하며 직업에 분계가 없다면,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이 자기만을 위한 일을 내세우는 환난이 생기고, 공로를 서로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남자, 여자의 결합과 부부 사이의 분별과 혼인하여 폐백을 드리는 일과 신부를 전송하고 마중하는 데 예의가 없다면,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남녀가 결합하지 못하는 걱정이 생기고, 배필을 구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재난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그러한 일에 분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나라를 풍족하게 하는 도리는 쓰는 것을 절약하여 백성들을 넉넉하게 해 주고, 그 남는 것을 잘 저장하는 것이다. 예의로써 쓰는 것을 절약하고, 정치로써 백성들을 넉넉하게 한다. 백성들이 넉넉해지면 여유가 많아진다.
 백성들이 넉넉하면 백성들이 부유해지고, 백성들이 부유해지면, 밭은 비옥하고 잘 가꾸어진다. 밭이 비옥하고 잘 가꾸어져 있으면 곡식의 생산이 백 배로 늘어난다. 임금은 법에 따라 세금을 받고, 백성들은 예에 따라 쓰는 것을 절약한다면, 남는 것이 언덕이나 산처럼 많아지고, 때때로 태워 버리지 않으면 그것을 저장할 곳이 없을 정도가 된다.
 군자들이 어찌하여 남는 것이 없음을 걱정하는가? 진실로 쓰는 것을 절약하여 백성들을 넉넉하게 해 준다면, 반드시 어질고 의롭고 성인답고 훌륭하다는 명성이 생길 것이며, 또한 언덕이나 산처럼 물자가 쌓여 있는 부유함을 누릴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쓰는 것을 절약하여 백성들에게 여유가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쓰는 것을 절약하여 백성들을 넉넉하게 해줄해 줄 줄 모른다면, 백성들은 가난해진다. 백성들이 가난해지면 밭이 척박해지고 황폐해진다. 밭이 척박해지고 황폐해지면 수확이 반도 안 되게 줄어든다. 임금이 비록 세금 거두기를 좋아하여 심하게 거둬들인다고 하더라도, 거둬들여지는 양은 적을 것이다. 그런데도 예를 따라 그 쓰는 것을 절약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익을 탐하여 너무 거둬들인다는 악명이 높아질 것이며, 또한 창고는 텅 비고 궁핍해지는 실정에 놓일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쓰는 것을 절약하여 백성들을 넉넉하게 해 줄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강고]에 “하늘처럼 백성들을 크게 감싸 주고 또 덕을 닦는다면, 그대 자신이 부유하게 되리라. “고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데 사람들 사이의 분계가 없다면 서로 다투게 되고, 서로 다투게 되면 혼란해지고, 혼란해지면 곤궁해진다. 그러므로 분계가 없다는 것은 사람들의 큰 해가 되고, 분계가 있다는 것은 천하의 근본과 이익이 된다.
 그런데 임금이란 이 분계를 관할하는 중추가 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임금을 찬미하는 것은 바로 천하의 근본을 찬미하는 것이다. 임금을 안정되게 하는 것은 바로 천하의 근본을 안정되게 하는 것이다. 임금을 소중히 하는 것은 바로 천하의 근본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옛 임금들은 사람들 사이의 분계를 마련하여 차등을 두었다. 그러므로 어떤 이는 아름답게 차리고 어떤 이는 초라하게 차리며, 어떤 이는 풍족하고 어떤 이는 가난하며, 어떤 이는 안락하고 어떤 이는 고생하게 하였다. 그것은 일부러 지나치게 편하고 화려하게 지내려는 것이 아니라, 어짊의 무늬를 밝히고 어짊의 질서에 통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옥이나 상아, 쇠붙이에 조각을 하고 옷에 여러 가지 무늬를 수놓는 것은, 사람들의 귀하고 천한 신분을 분별하는 데에 목적이 있지, 겉모양을 꾸미려는 것은 아니다. 종과 북과 피리와 경과 금과 슬과 우와 생 같은 것은 길하고 흉한 일을 분별하고 환락과 화합을 추구할 수 있으면 그뿐이지, 그 나머지의 일은 추구하지 않는다. 궁실과 누각은 더위와 습기를 피하고 덕을 길러 신분이 가볍고 무거운 것을 분별할 수 있게 하면 그뿐이지, 그 밖의 것은 추구하지 않는다.
 [시경]에 “그의 외모는 조각한 것처럼 아름답고, 그의 재질은 금이나 옥처럼 뛰어나네. 우리 임금 부지런히 힘써, 온 천하의 기강을 세우네.“ 라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색깔을 중히 여겨 화려한 옷을 입게 하고, 맛을 중히 여겨 맛있는 것을 먹게 하고, 재물을 중히 여겨 재물을 통제하게 하고, 온 천하를 통합하여 나라의 임금 노릇을 하게 하는 것은, 각별히 지나치게 안락하게 살아가도록 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럼으로써 천하를 통일하려는 것이다.

 

2. 감상

 서민의 생활을 돕는 데 힘써야 한다는 말은 현대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순자는 분계를 정확하게 나눠야 한다고 했다. 요즘에도 분계를 나누는 것이 필요할까? 어찌 생각하면 필요할 수도 있고 어찌 생각하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시대에 따라 사회의 모습은 변할 수밖에 없다. 

반응형

'순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금의 도리  (1) 2024.10.22
왕도와 패도  (0) 2024.10.20
올바른 정치 제도  (1) 2024.10.19
유학의 효험  (2) 2024.10.19
공자의 가르침  (0) 2024.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