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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

임금의 도리

by Hoʻo 202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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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금의 도리

 임금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임금은 예에 따라 신하들에게 나누어 베풀고, 고르게 베풀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하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신하는 예로써 임금에게 봉사하고 충성되고 순종하여 게을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버지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너그러우면서도 그들을 사랑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아들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며 예법을 잘 지켜야 한다.
 형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아우들에게 자애로우면서도 우애가 있어야 한다. 아우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형을 공경하고 형에게 복종하되 구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편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부인과 화합하되 아무렇게나 행동하지 않으며, 위엄을 가지고 부인을 대하되 분별이 있어야 한다. 부인 노릇은 어떻게 하면 되는가? 남편이 예의를 잘 지키면 부드럽게 따르면서 시중을 하고, 남편이 무례하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까 두려워하면서 스스로를 삼가야 한다.
 이러한 도리들은 한편에서만 지키면 어지러워지고, 양편 모두가 지켜야만 잘 다스려진다. 이 점은 충분히 생각해야만 한다. 그러면 이런 도리들을 아울러 잘 지키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예의를 잘 살펴야만 한다. 옛 임금들은 예의를 잘 살핌으로써 온 천하에 두루 퍼지게 하여, 그들의 행동에는 합당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군자는 공손하지만 비굴하지 않으며, 공경스럽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곤궁하다 하더라도 구애받지 않으며, 부유하고 존귀하다 하더라도 교만하게 굴지 않아 여러 가지 변화에 당면한다 하더라도 궁지에 몰리는 법이 없다. 그것은 예의를 잘 살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예의에 대해서는 그것을 공경하면서 거기에 안주한다. 그들이 일을 함에 있어서는 곧장 예를 따라가 그것을 잃는 법이 없다. 그들이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는 예를 따라 원한 살 일을 적게 하며 관대하고도 아첨하는 법이 없다. 그들이 자기 몸을 건사함에 있어서는 삼가 예를 따라 몸을 단속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법이 없다. 그들이 변고에 대응함에 있어서는 재빨리 신속하게 행동하되 미혹되는 법이 없다. 그들이 천지 만물을 대함에 있어서는 그것들이 그와 같이 되어 있는 까닭을 설명하는 일에는 힘쓰지 않고, 그 자원을 잘 쓰기에 노력한다. 그들이 여러 관리들의 일과 기능을 지닌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는 그들과 능력을 다투지 않고 그들의 기능을 잘 이용하기에 힘쓴다.
 그들이 임금을 모심에 있어서는 충성되고 순종하면서도 게을리하는 법이 없다. 그들이 아랫사람을 부림에 있어서는 공평하면서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그들이 남과 사귐에 있어서는 의로움을 따라 적절히 행동한다. 그들이 향리에 거처함에 있어서는 너그러이 받아들이면서도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곤궁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명성이 있으며, 뜻을 이루면 반드시 공적이 있게 되고, 어진 덕은 온 천하를 아울러 돌보아 주어 걱정할 일이 없으며, 명철하고 통달한 지혜는 하늘과 땅을 두루 감싸며 만 가지 변화를 잘 다스려 의심할 것이 없게 된다. 그들의 혈기는 화평하고 그들의 뜻은 넓고 크며, 그들이 행하는 의로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니, 이는 인덕과 지혜의 극치이다.
 이런 사람을 성인이라 하며, 예의를 잘 살피는 사람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자기 몸을 닦는 일에 대해서는 들은 일이 있으나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들은 일이 없다.
 임금이란 의표이다. 의표가 바르면 그 그림자도 바르다. 임금이란 쟁반이다. 쟁반이 둥글면 거기에 담긴 물도 둥글다. 임금이란 바리이다. 바리가 네모나면 거기에 담긴 물도 네모나다. 임금이 활을 쏘면 신하도 활깍지를 끼게 된다. 초나라 장왕이 허리 가는 여자를 좋아하자. 조정의 여자들은 굶는 이들이 속출하였다. 그러므로 자기 몸을 다스리는 일에 대해서는 들은 일이 있으나,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들은 일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임금이란 백성들의 근원이다. 근원이 맑으면 흐름도 맑고, 근원이 흐리면 흐름도 흐리다.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 사람이 백성을 사랑하지 못하고 백성을 이롭게 하지 못하면서 백성들이 자기와 친하기를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성들과 친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들이 자기를 위해 일하고 자기를 위해 죽기를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성들이 자기를 위해 일하지 않고 자기를 위해 죽지 않는데도 군대가 강하고 성이 견고해지기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대가 강하지 않고 성이 견고하지 않으면서 외적이 침범해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적이 침범해 와서 위태로워지거나 땅을 빼앗기지 않고 또 멸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태롭게 되고 땅을 빼앗기고 멸망케 될 요건들이 모두 여기에 쌓여 있는데도 안락하기를 바라는 것은 미친 사람일 것이다. 미친 사람은 때를 가리지 않고 즐긴다.

 

2. 감상

 모든 도리들은 한쪽에서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잘 지켜야만 한다. 한쪽만 노력한다고 균형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다. 양쪽 모두 예를 다해야만 그 관계가 계속 유지 되는 것이다.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결국 스스로를 잘 가꿔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이든지 작은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또한 국민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는 말이다. 국민을 생각하는 것은 요즘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국민들의 요구가 하나가 아니고 서로 상충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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